고용시장의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뜻하는 상용근로자 수가 감소 전환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1999년 말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린 중동전쟁 여파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누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과 신입채용 기피 현상이 맞물리며 20~30대 청년층 일자리가 대거 증발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의 질적 구조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청년고용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놓고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때도 버텼는데 = 1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167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처음이다. 상용근로자는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고용 계약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정규직 성격의 취업자다. 고용 안정성이 높아 경기변동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실제 상용직은 2000년 1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 4월(+6만2000명)까지 316개월 연속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의 고정점이었던 2020년 12월(+5000명)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던 상용직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현재 고용 한파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고용 쇼크는 20대와 30대 청년층에 고스란히 집중됐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달 20대 상용직은 16만4000명, 30대 상용직은 3만4000명 각각 줄어 청년층에서만 총 19만7000명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12월(-21만7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정보통신·전문직 급감 = 청년 상용직 감소의 일차적 원인은 제조업 침체다. 제조업 부문 청년층 상용직은 20대 3만6000명, 30대 5만6000명 등 총 9만2000명이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제조업 상용직은 1만8000명 증가했다. 제조업 전체 취업자가 23개월 연속 감소하는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청년층 정규직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고령층 중심의 대체 인력이나 단기 일자리로 공백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산업별 미시 통계수치를 뜯어보면 신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20대 상용직은 정보통신업에서 5만7000명 줄어 제조업보다 감소 폭이 컸다. 반면 30대 정보통신업 상용직은 2만6000명 늘었다. IT·소프트웨어 업계가 신입 개발자 채용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 중심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계와 노동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이 주니어급의 하위 프로그래밍과 코드 검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대 일자리의 경우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7만6000명이 줄어 전 업종 중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해당 부문은 연구개발(R&D), 건축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법무·회계 전문직 영역이다. 고숙련 화이트칼라 직무마저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업무 효율화와 인력 효율화의 영향권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30대 일용직이 3만3000명 증가한 점도 양질의 상용직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단기 한시적 일자리로 대거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청년에 정책 역량 집중” = 하반기 고용시장의 회복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는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건설·제조업 고용이 개선되면서 올해 연간 취업자가 16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2월 말 발발한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며 기업들의 생산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다. 실물경기 변동이 고용시장에 유입되기까지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봄철에 가해진 대외 공급망 충격이 5월 상용직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중동 변수 등으로 인해 향후 고용회복의 시기나 속도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냉기를 인정하고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 고용상황 개선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업종별·계층별 세부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단기 보완책은 즉시 시행하고, AI 도입 등 고용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보조금 지급 형태의 재정 일자리 사업을 지양하고, 고숙련 기술 전환 교육과 신산업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고용 여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미국 공장 증설 공사에서 발생한 400만 달러 추가공사비 미지급 논란(본보 6월 16일자)과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이 기존 계약상 지급해야 하는 공사대금 150만 달러 또한 하도급업체에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급업체가 고금리 차입과 채권 압류 절차 등을 겪으면서 사실상 지급 능력을 상실한 탓인데, 애초 이들이 공사 이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였다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의 도급업체 선정과 검증 책임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증설 과정에서 터널 배관 설치 등 5개 공정을 도급업체 '테트라'에 맡기면서 2,21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테트라는 1,850만 달러 규모의 하도급 계약으로 이들 공정 전체를 '가온테크'에 맡겼다. 가온테크는 계약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하도급업체로의 공사대금 지급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계약상 한국타이어 측으로부터 받은 대금이 도급업체인 테트라를 거쳐 하도급업체인 가온테크로 지급되는 구조인데, 가온테크 측은 올해 4월 15일(마지막 작업 수행일) 기준으로 테트라로부터 150만 달러 정도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한국타이어가 직접 지시한 공정 변경에 따른 미지급 추가공사비 408만 달러와 별개다. 대금 미지급 배경에는 도급업체 테트라의 경영 부실 정황이 꼽힌다. 가온테크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테트라에 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해왔지만, 테트라는 이 중 가온테크에 지급해야 할 돈 일부를 부동산 투자에 사용했다가 손실을 봤다. 테트라는 이 과정에서 미국 현지 캐피털사에서 25%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렸다. 이후 이를 갚지 못하면서 캐피털사가 테트라의 한국타이어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추심 절차를 진행했고, 한국타이어는 테트라에 대금 지급을 보류하고 테트라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가온테크는 이와 관련해 테트라를 미국 현지 경찰에 고소했다. 가온테크 측은 한국타이어가 경영 및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게 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테트라가 애초부터 미국 공사 업체의 계약 이행 능력과 신용을 보여주는 '이행보증증권(Surety Bond)'을 발급받기 어려운 업체였기 때문이다. 이행보증증권은 공사업체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발주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보증 장치다. 가온테크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테트라 소속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표만 오갔다"며 "테트라 본사 주소지는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가정집일 정도로 영세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