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채용박람회를 기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KS한국고용정보의 손영득 회장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고 채용박람회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손 회장은 행사를 기획하고 기업을 설득해, 코엑스에서 채용박람회를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학사장교 시절 손 회장은 졸업 시기와 채용 시기가 맞지 않아 졸업 후 실업자가 돼버린 장교들을 기업과 연결해 주는 ‘취업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졸업 후 채용 잡지사 ‘리크루트’에 입사한 손 회장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박람회를 기획했다. 기업이 대학가를 직접 찾아 설명회를 열던 시절, 다른 기업과 공개된 장소에서의 설명회는 상상할 수 없었다. 당연히 참여하겠다는 기업도 없었다. 힘들게 얻은 기회를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손 회장은 직접 기업의 문을 두드렸고, 학사장교 시절 신뢰로 쌓았던 인연이 빛을 발했다. “삼성에 참여를 권하면 현대는 참여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현대나 다른 기업에 가서 참여를 권하면 삼성은 오느냐고 물었죠. 다시 삼성에 찾아가 다른 기업 다 참여하는데 삼성만 빠지면 안 되지 않겠냐고 말하니 결과적으로 내로라하는 대기업 대다수가 참여했습니다.” 1993년 10월 2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채용박람회 대성공이었다. 이후 국내 100대 기업을 포함해 주요 공공기관, 금융기관들도 참여하면서 다음, 그다음 해에도 채용박람회는 열렸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IMF 사태가 터지자 기업들의 채용도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름을 날리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있는 직원도 자르는 마당에 채용박람회가 될 리 없었다. 민간 채용 전문가, KBS 감사패 수상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KBS에서 높아진 실업률을 낮추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민간 전문가를 찾던 중, 손 회장에게까지 연락이 닿았다. KBS는 ‘범국민 일자리 100만 개 만들기 캠페인’ 일환으로 ‘일자리를 찾아줍시다’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안했다. 일자리가 하나라도 있는 기업은 방송을 보고 ‘일자리정보센터’로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공영방송 KBS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손 회장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1인 기업을 세워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이렇게 ‘한국고용정보’가 탄생했다. 강남 코엑스와 여의도 종합전시장에서 채용을 진행하는 동시에, 프로그램에 활용할 ‘KBS잡(Job)’ 사이트도 만들었다. 기업들이 모집 공고를 올리면 이를 본 입사 지원자들이 사이트에 지원서를 올리는 형식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방송 구인·구직이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은 생방송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KBS, 노동부, 중소기업청과 함께 손 회장은 2년간 재능기부로 일했음에도 프로그램은 대성공이었다. 최고 20%까지 폭증했던 실업률은 1999년 10%를 찍고 6%까지 떨어졌다. 그해 말 프로그램은 종료했고, KBS 일자리 프로그램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한 공로로 KBS는 손 회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채용대행사에서 1위 콜센터로 채용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같이 운영했던 KBS잡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100만명 이상이 입사지원서를 올려놓았기에, 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문의가 KBS에 빗발쳤다. KBS는 구직자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기업에서 받는 금액의 30%를 KBS미디어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KBS잡 사이트 운영을 손 회장에 넘겼다. 채용 사이트를 무료로 운영하면서 저장된 데이터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바로 ‘채용대행 사업’이었다. 경제위기는 넘겼지만 2000년에도 기업 채용은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손 회장은 기업을 대신해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 전형, 면접 전형까지 대행하는 채용대행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자 채용대행 사업은 막을 내렸지만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채용대행을 했던 국민카드에서 협력업체의 ‘콜센터 상담사’를 채용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잘 알려진 직종이 아니다 보니 구직자가 많지 않아서 채용을 의뢰한 것이다. 안정적인 채용으로 신뢰를 얻은 손 회장은 국민카드로부터 직접 콜센터를 운영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그해 5월 그는 해당 텔레마케터(TM) 업무를 담당할 30명을 채용하고 1달간 교육 시켜 업무에 투입했다. 신규 카드 발급 안내, 마케팅 업무 등 카드사가 고객에게 연락하는 아웃바운드 TM 업무를 담당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냈다. “5개사 직원 150명 중 1등부터 25등까지 모두 우리 직원이었습니다. 저희 회사 꼴지가 전체 57등이었고요. 그때 30명이 로열티(충성도)가 참 강했어요. 신생기업이었지만 KBS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어려울 때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했다는 점을 많이 전달했습니다. 직원들의 자부심이 강했고 정말 열심히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이 현재 KS한국고용정보의 성장 발판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젠가 보답하려고 지금도 30명의 연락처를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고객이 카드사에 걸어오는 인바운드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신규로 80명을 채용했다. 직원들은 업무평가에서 늘 최상위권에 올랐다. 국민카드와의 인연은 손 회장이 직접적으로 콜센터 업무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다. 카드사태 위기가 기회로 2005년도 발생한 카드사태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됐다. 김대중 정부가 경기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활용했던 카드사용 활성화 과정에서 발급심사과정 간소화로 카드사 연체율이 폭증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은행에 인수 합병됐고, 국민은행도 국민카드 업무를 병행하면서 26개였던 국민카드 협력사를 5개로 축소 선발했다. 손 회장이 이끌던 한국고용정보는 모든 경쟁사를 제치고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제안서, 피티와 더불어 짧은 시간에 훌륭한 실적을 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규모가 작고 후발주자였던 회사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은행 업계 1위 회사에서 1등을 한 것은 이례적 사건이었다. 2007년에는 계약직 직원 채용 2년 후 계속 고용 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에 은행들이 콜센터 업무를 전부 도급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산업이 또 한 번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업계에 ‘금융회사 전문 콜센터’로 소문이 나면서 한국고용정보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시중 은행과 카드사의 콜센터 업무를 맡았다. 적자에도 해고란 없다 2013년 카드 3사에서 1억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다. 이 사태로 관련 카드사의 아웃바운드 업무가 3개월에서 9개월가량 제한됐다. 당연히 회사 수익도 그만큼 줄었다. 여파가 BPO업계까지 퍼지며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손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2011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100억원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지원받아 본사를 춘천으로 이전한 상태였습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해고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시자 당시 박종필 고용노동부 강원지방노동청장에게 찾아가 하소연했습니다. ‘카드사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져서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게 됐다. 상황이 너무 안타까운데 지원받을 방법이 없냐.’ 이에 적극 동감한 박 지청장님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박 지청장의 도움으로 손 회장은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 해고 상황에 놓일 시 통상임금의 70%까지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조로 춘천사업장을 따로 떼어낸 후 420명의 급여 70%를 정부가, 나머지 30%는 회사가 지원했다. 일감이 없던 9개월간 직원들은 휴식기를 가지면서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었다. 적자를 보면서도 직원 420명 모두를 지켜낸 한국고용정보는 이후 급성장했다. 기존 카드3사에 더해 롯데하이마트, LG전자 등 큰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춘천센터 직원은 1천명까지 늘었다. 탄탄하게 교육받은 직원들이 로열티(충성도)까지 발휘한 결과였다. 2014년 5월 손 회장은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식’에서 철탑산업훈장상을 수상했다. ‘콜센터 업무를 전문화해보자’라는 손 회장의 목표 아래 2019년 11월 1일 한국고용정보에서 물적 분할 후 현재의 ‘KS한국고용정보’가 탄생했다. 10년 이상 유지한 ‘가족친화인증’ 한국고용정보는 2013년 말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해 노동부에서 ‘일터혁신우수기업 인증’, ‘노사우수문화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이후 노사문화대상수상, 춘천시 지방세 성실납세자 선정, 한국표준협회 콜센터 부분 KS서비스인증 획득, 여성가족부 장관표창, 일자리창출 대통령표창 등 수많은 인증과 표창을 받았다. 콜센터 상담사 업종 특성상 여성이 85% 이상을 차지한다. KS한국고용정보가 빠르게 여성친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도 육아휴직을 쓰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산전·산후 육아휴직 모두 신청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은 원천 차단하고 휴직 기간은 모두 경력 기간에 포함한다. “아이가 있는 직원들이 실적도 좋고 책임감도 훨씬 강합니다. 과거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육아휴직 사용자를 배제하고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던 흐름도 있었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어요.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없으니 당연히 권장해야 하는 시대가 온거죠. 이제는 아이를 갖는 직원에게 회사가 선물도 하면서 붙잡고 있습니다.”(웃음) 이외에도 KS한국고용정보는 태아검진 시간 보장, 출산축하금 지급, 유급 수유시간 운영과 수유실 설치, 단시간 근로제 등을 통해 출산·육아·돌봄 중인 근로자를 배려하고 있다. 춘천지사에는 직장어린이집도 운영 중이며, 자체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글로벌 도약을 꿈꾸고 있다. 먼저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거점을 글로벌 전략의 핵심지이자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만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전화만 받는 조직’이 아닌, 콜센터에 축적되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사가 ‘무엇을 바꾸면 성과가 나오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마케팅·상품·채널 전략과 연결하는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손영득 회장의 KS한국고용정보는 향후 10년 이내 아시아 10대 BPO 회사를 목표로 오늘도 달리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