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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더뉴인 ∬ 용역계약으로 4대 보험·퇴직금 강탈···숙박업소 청년노동의 덫2026-05-06 07:52

지난 8월, 서울 노량진의 한 셰어하우스형 숙박시설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이민규(가명·27) 씨는 출근 3주 만에 처음으로 급여를 받았다. 세금이 빠진 실수령액은 138만 원. 급여명세서 하단에는 ‘사업소득세 3.3% 공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곧 계약서를 다시 꺼내 확인했다.

“분명 매니저로 채용됐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었어요. 지점도 정해졌고, 상사의 지시도 받았어요. 근데 제가 직원이 아니래요.”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급여 명세서와 계약서 사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외주 인력’인 사업소득자(프리랜서)로 처리되고 있었다. 이는 최근 고용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고용 구조다.

출처 :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가 서명한 계약서는 '용역계약서'로 통상 외부 전문 인력이나 외주 업무에 사용하는 계약 형태다. 고용노동부의 ‘비정형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2022)에 따르면 이 같은 용역계약은 청소업체, 숙박시설 관리, 플랫폼 기반 업무 등에서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제2조를 보면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대가를 받고 일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씨의 근무 형태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업소득자’로 계약돼 있었고 이로 인해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유급휴가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용역계약 기반 고용은 겉으로는 자율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구조는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과 유사한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 놓인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선 ‘근로자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씨의 사례처럼 용역계약서에 ‘사업소득(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회사가 4대 보험을 부담할 의무가 없다.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 책임이다. 퇴직금 역시 퇴직급여보장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주휴수당, 연차, 시간외 수당 등의 모든 근로기준법상 권리에서 배제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정당한 해고 사유나 절차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사실상 없다.

다만 프리랜서가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특정 시간 동안 일하는 등 근로자의 형태에 가깝다면 '위장도급'으로 판단되어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수 있다. 따라서 프리랜서 계약 시에는 계약서에 전속 계약 여부, 출근 의무 여부 등을 명시하여 근로자성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무사 박인영(법률사무소 베스트파트) 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규직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가 용역계약”이라며 “계약 자체는 합법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용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구조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제104조 및 노동위원회법 제2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고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을 받으면 해고 무효, 체불임금 청구, 4대 보험 소급 가입 등이 가능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근로자성 입증에 성공하면 소급 적용이 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제도가 있어도 정보 접근성이 낮고 절차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제보자와 같은 다수의 청년들이 “참고 일하다 그만두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 한 청년노동단체 활동가는 “이 구조는 보호받는 정규직과 아무런 권리도 없는 외주인력을 분리하는 이중 고용시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용역계약은 사업주 입장에서 비용 절감과 고용 유연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구조로 여겨진다. 고용노동부 외주화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숙박업, 청소업, 단기 계약직 등에서 용역계약이 인건비 부담 완화 수단으로 다수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퇴직금 미지급, 4대 보험 미가입 등의 구조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 고용 대신 선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계약 해지 시에는 민법상 계약원칙이 적용되므로 업무 위반이나 계약 위배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해지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정당한 계약이더라도 실질이 근로계약에 가까운 경우,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노량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 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계약 당시 용역계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하고 급여와 조건도 사전에 고지한다”며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단기 계약을 채택한 것이지 고용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기숙사 제공, 식비 지원 등 복지 혜택도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급여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해 왔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이어 “소규모 숙박업 특성상 고정 인건비 부담이 커 초기엔 유연한 고용 형태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며 “청년들에게 일경험 기회를 주고 정규직으로 이어가는 시스템을 나쁘게만 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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