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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더뉴인 ∬ “서비스형 SW 아니라 서비스 팔아야”…세쿼이아가 던진 화두2026-07-24 14:48

줄리앙 벡은 자신의 글이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유력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의 런던 오피스에서 초기 투자를 맡고 있는 그는, 세쿼이아의 최근 투자 논리를 설명하고 관련 스타트업 몇 곳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새로운 소프트웨어(Services: The New Software)’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써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런데 며칠 만에 X에서 조회 수 300만 회에 가까워지고 있다. 링크드인 노출도 45만 회를 넘어섰다.

“이 정도 반응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벡은 이번 주 초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제목도 한몫했겠지만, 더 중요한 건 글의 문제의식이 업계의 고민을 정확히 건드렸다는 점이다. 벡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하다.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제품’으로 파는 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직접 제공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AI 소프트웨어와 인간 전문가가 함께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서비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대신, 아예 고객사의 고객 응대를 대신 수행해주는 식이다. 지금의 BPO(업무 외주) 회사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차이는 이 기업들이 처음부터 AI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다는 데 있다. 법률 소프트웨어를 파는 대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동산 관리 도구를 파는 대신 부동산 관련 업무를 직접 처리해주는 식이다.

이미 이런 모델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내가 앞서 다룬 회사들 가운데서는 법률 분야의 ‘로빈 AI’와 ‘레고라’, 부동산 분야의 ‘드웰리’가 그렇다. 컨설팅 분야의 ‘디스타일 AI’, 금융서비스 분야의 ‘로고’, 보험 브로커리지 분야의 ‘위드커버리지’도 비슷한 흐름에 있다.

그가 이 모델의 시장 잠재력을 크게 보는 이유도 분명하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1달러를 쓰는 동안 서비스에는 6달러를 쓴다는 것이다.

지능과 판단의 차이

벡은 이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능’과 ‘판단’을 구분한다.

지능은 정답과 오답의 기준이 분명하다. 코딩, 수학, 물리학 같은 일이 대표적이다. 회계, 법률, 의료에서도 일부 업무는 여기에 가깝다. AI는 이런 종류의 일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판단은 다르다. 취향, 직업적 감각, 경험에서 나오는 미묘한 구분처럼 정답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이런 일은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경험과 맥락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AI에 판단 능력까지 넣으려 하지만,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벡의 생각이다.

그는 여기에 또 하나의 기준을 더한다. 어떤 서비스가 원래부터 외부에 맡기기 쉬운 일인지, 아니면 기업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경향이 강한 일인지다. 이 두 기준을 함께 놓고 보면, AI 네이티브 서비스 기업이 특히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보인다는 것이다.

벡이 주목하는 것은 원래 기업들이 외주를 주던 업무들 가운데, 인간의 섬세한 판단이 아주 많이 필요하지는 않고 비교적 구조화된 지적 작업의 비중이 큰 분야다. 법률, 감사, 보험 브로커리지 같은 분야가 여기에 들어간다. 이런 영역에서는 AI를 활용해 업무를 상당 부분 자동화하면서도, 필요한 부분만 인간 전문가가 맡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어떤 서비스에 100달러를 내고 있다면, 우리가 같은 서비스를 80달러에 제공하면서도 높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흥미로운 사업입니다.”

그가 이런 범주에 넣는 분야는 보험 브로커리지, 보험금 손해사정, IT 매니지드 서비스, 세무 자문, 회계 및 감사, 비교적 단순한 법률 서비스, 급여 관리, 일부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등이다.

벡은 이런 회사를 ‘오토파일럿’이라고 부른다. 다만 이 표현 때문에 오해도 많았다고 한다. 그의 뜻은 AI가 인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항공기의 오토파일럿처럼, 사람은 여전히 시스템을 감시하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 개입하지만 전체 과정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된 상태를 뜻했다. 즉 사람 없이 전부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은 남아 있지만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는 AI가 대부분 처리하는 모델에 가깝다.

그는 이를 ‘코파일럿’과 구분한다. 코파일럿은 사람과 AI가 계속 주고받으며 함께 일하는 방식이라면, 오토파일럿은 기본 흐름은 자동으로 돌아가고 사람이 예외 상황과 최종 책임을 맡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외주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방식이 바뀐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외주 업무를 다시 내재화할 수도 있다. 이른바 ‘SaaS 아포칼립스’ 논의가 이런 문제의식 위에 있다.

벡도 일부 기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그렇게 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어떤 일은 규제 때문에 외부 독립 기관이 맡아야 한다. 재무감사가 대표적이다. 또 어떤 일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 외부 기관의 이름과 신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내부화되지 않는다. 경영 컨설팅이 그렇다. 경영진이 이미 내리고 싶은 결정을 외부 전문가의 의견으로 한 번 더 정당화하고, 이사회나 투자자 앞에서 명분을 쌓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결정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나눌 상대가 생기는 효과도 있다.

이런 논리는 IT 분야 일부에도 적용된다. “IBM을 써서 해고된 사람은 없다”는 오래된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기업은 단지 기능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의 신뢰와 책임까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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