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2026. 3. 10. 시행됐다.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하 계약외사용자)까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는 것이다. 가히 원하청 관계에 있어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9일간 하청 노조 683곳이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했다고 한다. 따라서 본고를 통해서는 그간 누적된 노동위원회 판정, 하급심 판결 및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이하 지침) 등의 내용을 참고해 원하청 관계의 새로운 모습, 즉 (i)어떤 경우에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교섭의무가 인정되는지, (ii)하청의 교섭 요구가 있을 경우 어떠한 절차를 통해 법적 다툼이 전개되는지, (iii)하청 노조가 파업 등을 실시하는 경우 원청의 입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2. 어떠한 경우에 계약외사용자로 인정될까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청의 계약외사용자성이 인정된다. 원청의 교섭의무를 인정하는 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례 법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현재 총 2건의 사건에 대해 심리 중이다(대법원 2018다296229호, 대법원 2024두37015호). 다만, 그동안의 노동위원회 판정, 하급심 판결의 내용을 종합하면 ①근로조건에 대한 계약외사용자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②계약외사용자의 사업에 대한 계약사용자 사업의 필수적·체계적 편입, ③계약외사용자에 대한 계약사용자(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 즉 하청을 뜻한다)의 경제적 종속성, ④관련근로자(하청 소속 근로자를 뜻한다)의 근로관계(근무방식)에 대한 계약외사용자의 영향력·지배력, ⑤단체교섭의 필요성·타당성이 계약외사용자성의 판단 요소가 된다. 이와 관련해 지침은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계약외사용자의 지시가 계약 목적 달성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더라도, 그 내용이 관련근로자의 근로시간, 휴게시간, 작업일정, 작업강도, 작업환경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핵심적인 부분을 사실상 결정하거나 계약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이는 일반적 관리범위를 넘어선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침은, 예를 들어 (i)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계약사용자의 영업일수 등이 정해져 있어서 계약사용자와 관련근로자간 합의를 통해 근무일수 등의 변경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 (ii)관련근로자의 작업시간이 작업물량 및 계약외사용자와 별도 도급계약을 체결한 물류차량의 수 및 출발시각, 계약외사용자가 지배·결정하는 작업 설비 및 지원 인력의 투입 규모 등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 '구조적 통제'에 따른 원청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지침은 구제적 통제를 원칙으로 원청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되, 계약사용자의 사업이 계약외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된 정도 및 경제적 종속성 여부 등을 보완적 징표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침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징표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사용자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침이 "(구조적 통제란) 계약외사용자(원청)가 관련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을 하는지가 아니라,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계약사용자(하청)의 의사결정 등을 제한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파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완화된 요건 하에서 인정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해 '구조적 통제'와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에 있어서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구별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3. 어떠한 사안들이 교섭의제가 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에 따라 계약외사용자에게 포괄적인 사용자 지위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특정한 개별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사용자로 인정된다. 지침은 성과급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휴게시설, 사내복지시설 등 다른 모든 복리후생 항목에까지 사용자성이 일괄적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현재까지 하급심에서 문제가 됐던 교섭의제 중 교섭의무가 인정된 것으로는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산업안전보건 사항) ▲서브터미널에서의 배송상품 인수시간 및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집배점 택배기사 1인당 1분류하차장 보장, 우천 시 택배상품 보호 시설 설치 ▲주5일제 시행 ▲급지수수료 인상·개편 ▲택배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책임 분담 비율 개선 등이 있다. 지침은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 근로시간, 작업방식, 임금·수당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항목별로 교섭의제가 될 수 있는 경우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