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은 초등학교 졸업 후 ‘아이스께끼’ 장수와 구두닦이를 전전한 끝에, 식당 화장실 청소로 평생의 업(業)을 시작해 구성원 5만5000여 명, 연 매출액 3조600억여원의 거대 기업을 일군 인물로 유명하다. 언론은 주로 그를 가혹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비추며,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주목해왔다.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Hubris) 경영학’을 연재하며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으로 도약하는 비결을 탐구해온 기자의 눈에 구 책임대표사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경영 지침서와 같다. 삼구아이앤씨가 60여 년간 지속 성장해온 핵심 동력은 분명하다. 업의 본질에 충실한 태도, 휴브리스를 경계하는 자세, 구성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다. 여기에 하나 더 꼽자면 ‘훌륭한 경영자는 결국 훌륭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동료와의 신의를 끝까지 지키려 하며, 끝없이 성찰하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인터뷰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1. 창립기념일에 얽힌 사연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에게 정확한 창업 날짜를 묻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접견실 벽에 걸린 액자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손이 시렵고 발이 시렵지 않은 어느 봄날이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기록된 창립기념일은 1968년 5월 15일인데, 어찌 된 영문일까. 1960년대 초반,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아이스께끼’ 장수와 구두닦이를 하던 소년 구자관은 자릿세를 내지 못해 일터에서 쫓겨나자 궁여지책으로 식당 화장실 청소에 나섰다. 염산이 든 양철통 하나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던 때라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다. 훗날 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창립기념일을 제정할 때, 1967년 군 제대 직후 생업에 나선 점을 감안해 1968년을 창업 연도로 삼았다. 창립 월을 5월로 정한 이유는 명확했다. 한겨울엔 변기가 꽁꽁 얼어붙어 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뼈 시린 추위가 가시고 비로소 맨손으로 청소할 수 있게 된 따뜻한 5월을 기념일로 삼았다. 날짜는 지인의 조언으로 정했다. 가난 탓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그는 평소 “스승을 가장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를 기억한 지인이 스승의 날이자 세종대왕 탄신일인 15일을 제안하자 주저 없이 그날로 못 박았다. 그는 “엉터리로 만들어 붙인 날짜”라며 겸손히 웃어넘겼지만, 기자의 눈에는 얼음장 같은 변기를 부여잡고 버텨야 했던 청년의 절박한 봄날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로부터 어느덧 60여 년이 흘렀다. 나 홀로 시작했던 청소 일은 감당하기 벅찰 만큼 일감이 쏟아져 들어와 아내의 손을 빌려야 했고, 이내 구성원을 채용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탁월한 실력과 성실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업은 단순 청소를 넘어 경비와 빌딩 관리 등 종합 위탁관리 영역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식당 화장실에서 출발한 작은 가게는 이제 반도체 장비 분해·조립·세정, 물류 등 첨단산업 지원 업무까지 아우르는 국내 1위 위탁관리 전문기업이 됐다. 중국 창저우와 우시, 유럽, 미국 등에 법인 설립, 베트남 현지 아웃소싱 업체(맛바오 BPO) 인수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거침이 없다. 인상적인 점은 1944년생인 노 경영자의 꿈이 여전히 원대하다는 것이다. “매출 3조원을 넘어 10조, 100조원 기업으로 커야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예요. 회사가 쪼그라들면 그동안 제 모자람을 채워주며 헌신한 구성원들이 당장 짐을 싸야 합니다. 구성원 5만5000분과 그 가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거대한 울타리를 지켜내야죠.” 2. 삼구(三具)에 담긴 철학(성공 DNA) 그의 경영철학은 사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삼구(三具)는 ‘사람, 신용, 신뢰’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춘다(具)는 뜻을 담고 있다. 식당 화장실 청소는 보통 영업이 끝나고 일하는 분들이 다 퇴근한 뒤 이뤄진다. 청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일감이 몰려들었지만, 정작 그를 잘 모르는 식당 주인들은 선뜻 일을 맡기지 못했다. 영업을 마치고 금고의 돈은 챙겨 가더라도 쌀과 고기, 집기류가 고스란히 남은 빈 식당의 ‘열쇠’를 낯선 이에게 섣불리 넘겨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들은 “당신이 신뢰가 가고 신용만 잘 지켜주면 열쇠를 줄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청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도둑질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고, 밤중에 반드시 청소한다는 약속을 정확하게 지켜 신용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976년 회사(법인)를 만들어 신뢰를 더 공고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법인 설립을 위해 당시 대서방으로 불리는 곳을 찾아갔다. “법인 설립 목적이나 정관, 주주명부 같은 서류는 다 갖췄는데, 정작 회사 이름을 생각 못 한 겁니다. 대서방 주인에게 솔직히 털어놨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사람, 신용, 신뢰인데, 이를 담아 멋진 이름을 짓고 싶다’고요. 주인이 ‘이름도 안 지어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서류를 훑어보더니 대뜸 제 성씨의 한자를 묻더군요. ‘갖출 구(具)’라고 답하자, ‘그럼 당신이 중시하는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는 뜻에서 삼구(三具)로 합시다’라며 명쾌하게 정리해줬습니다. 당시엔 사명이 무조건 세 글자 이상이어야 해서 최종적으로 ‘삼구개발’이라 짓게 되었습니다.” 굳게 닫힌 식당 문을 열 열쇠를 주인으로부터 온전히 넘겨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 그 안에 ‘삼구’의 성공 DNA가 녹아 있다. 첫째, 그 사람 자체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사람), 둘째, 그의 행동에 확고한 믿음이 가야 하며(신뢰), 셋째, 한 번 약속한 것은 죽어도 지킨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신용). 이는 청소와 경비라는 ‘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구 책임대표사원의 철학이다. 지난 60여 년간 이 세 가지 원칙을 타협 없이 지켜냈기에, 오늘날 삼구아이앤씨는 멈춤 없는 성장을 거듭하며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